"오토스테이션-수입에서 정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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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3-05-28 09:16
시승기 - MERCEDES-BENZ SL63 AMG
 글쓴이 : 오토스테이션
조회 : 2,358  
벤츠AMG63-1.jpg
 
11년 만에 등장한 신형 SL63 AMG. 날카롭게 앞으로 튀어나온 범퍼를 중심으로 길게 뻗은 보닛과 근육질의 어깨선 등 신형 SL은 전통적인 2인승 로드스터의 흐름을 그대로 이어갔다. 그러면서도 색조화장을 진하게 한 듯 전체적으로 날을 세워 존재감이 더 또렷하다.

트윈 블레이드 크롬 그릴과 험상궂은 헤드램프가 전체적인 이미지를 좌우하는데 구형에 비하면 다분히 공격적인 모습이다. 세로로 길게 찢은 아가미 끝에서 출발하는 캐릭터 라인도 이전보다 진하다. 우아함이 살짝 준 대신 기계적인 정교함이 느껴진다.
반면 뒷모습은 구형과 거의 같은 형태다. 톱 넣을 공간을 위해 트렁크를 약간 길게 뺀 느낌인데 하드톱을 쓰기에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것도 있는 법. 톱을 열었을 때 밸런스가 훨씬 더 좋다
 
벤츠AMG63-2.jpg

SLK와 마찬가지로 실내에선 제트 엔진을 떠올리는 에어벤트가 눈에 띈다. 전체적인 레이아웃도 비슷한데 구형보다는 약간 복잡하다. 센터페시아 위에 IWC 아날로그시계를 붙이고 대시보드 양쪽 끝에 뱅앤올룹슨 트위터를 두어 럭셔리함을 강조했다. 이 둘은 낮보다 은은한 조명이 물드는 밤에 더 빛을 발한다.

4개의 원형으로 이뤄졌던 계기판은 최신 벤츠 스타일로 바뀌었다. 타코미터와 스피도미터를 두고 그 사이에 대형 LCD 모니터를 두었다. 비슷한 형태가 흔한지라 메르세데스 벤츠의 개성은 약하지만 시인성은 나무랄 데 없다. 아래쪽에 있던 모니터를 위로 옮긴 것은 환영할 만하다. 

기어레버가 전자식으로 바뀌면서 작고 앙증맞게 변했는데 손가락이 안쪽으로 들어가 쓰임새가 좋다. 세부적인 디자인은 5세대와 다르지만 센터터널의 스위치 배열이 바뀌지 않아 익숙하다. 루프를 열고 닫는 스위치는 덮개를 열어야 나타나고 센터와 운전석 뒤에 제법 넉넉한 공간을 마련했다.

시승차는 카본 트림과 AMG 스포츠 나파 가죽시트가 적용되어 스포티함과 고급스러움이 배가되었다. 좌우로 움직일 때 허리를 지지하는 액티브 시트는 마사지 기능까지 갖춰 달리기 우선인 포르쉐 911 터보 카브리올레 같은 차들과는 성격이 다르다는 것을 암시한다.

작지만 더 강력한 엔진
스타트버튼을 누르자 그르렁대며 엔진이 살아난다. 기존 6.3L 자연흡기 엔진을 대체한 새 엔진은 배기량이 5.5L로 확 준 대신 피에조 직분사와 터보차저가 붙었다. 90˚  뱅크의 실린더 사이에 수랭식 인터쿨러를 집어넣은 덕분에 상당히 콤팩트하다. 때문에 차체가 훨씬 작은 C63 AMG 블랙 시리즈에도 쉽게 사용할 수 있다. 신형 엔진의 압축비는 10.0:1로 자연흡기에 버금간다.

배기량은 줄었지만 공기를 압축해 실린더로 밀어 넣는 과급장치 덕분에 최고출력은 537마력이고 AMG 퍼포먼스 패키지를 선택할 경우에는 564마력까지 오른다. 525마력에 그쳤던 자연흡기 V8 엔진(525마력, 64.2kgㆍm)과 비교하면 큰 차이다. 여기에 스타트/스톱 시스템까지 붙여 연비와 CO₂ 배출량에서도 상당히 이득을 봤다. 새로운 기준의 복합연비가 7.8km/L, CO₂ 배출량이 230g/km로 자연흡기 구형 모델(5.8km/L(구연비 기준), 457g/km)과 비교하면 AMG가 배기량을 줄이고 터보로 돌아선 이유가 분명하다.

새로운 터보 유닛과 짝을 이룬 변속기는 AMG 스피드시프트 7단 MCT(Multi Clutch Technology). 기존 7G 트로닉 자동변속기를 가져와 유체컨버터 대신 기계식 클러치를 적용해 완성한 것이다. 즉, 출발할 때와 멈출 때 오일을 적신 기계식 클러치를 사용해 동력을 단속할 뿐 그 이외의 구조는 7G 트로닉과 같아 독립된 두 개의 클러치로 쉼 없이 기어를 바꾸는 듀얼 클러치 방식의 AMG 스피드시프트 7단 DCT와는 다르다. AMG가 SL63 AMG에 DCT 대신에 MCT를 얹은 것은 대응 토크가 크고 조금 더 부드럽기 때문.

센터콘솔의 로터리 스위치를 돌려 변속 모드를 C, S, S+, M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RS는 ‘Race Start’의 줄임말로 급출발할 때 최고의 그립과 엔진출력을 제어하기 때문에 드래그 레이스 등에서 유용하다. 에코 모드는 C에서만 작동한다.
 
다이어트로 경쾌한 움직임 보여
급가속을 하자 넘치는 힘으로 타이어 그립을 빼앗는다. 갸우뚱하면서 뒤꽁무니를 흘리려는 찰나, ESP 작동램프가 껌벅거리며 자세를 다잡는다. 염화칼슘이 들러붙어 반질반질한 노면 때문에 0→시속 100km의 가속시간이 6초 밑으로 내려오지 않았지만 이전보다 몸놀림이 경쾌해졌다는 것은 분명하다.

여기엔 구형에 비해 110kg 이상 가벼워진 무게가 큰 몫을 한다. 전복시 차체 강성을 고려해 고강성의 스틸을 쓴 A필러를 빼면 거의 대부분을 알루미늄으로 만들었다. 가벼울 뿐만 아니라 비틀림 강성(1만9,000Nm)이 SLS AMG 로드스터(1만6,800Nm)보다도 셀 정도로 견고하다.

게다가 루프 프레임은 더 가벼운 마그네슘으로 만들었고 트렁크 덮개에 카본 파이버 소재를 써 무게를 덜어냈다. 한결 가벼운 차체에 더 강력한 엔진을 얹었으니 모래주머니 두어 개쯤 떼어내고 달리는 기분이 드는 건 당연하다. AMG 퍼포먼스 패키지까지 적용한 시승차는 제원상 4.2초면 시속 100km에 도달한다.

C와 S 모드의 차이에 비하면 S와 S+ 모드에서의 움직임 차이는 크지 않다. S+ 모드까지는 스스로 기어를 올리지만 M 모드로 전환하면 RPM 게이지가 레드존 턱밑에 도달할 때쯤 계기판 모니터에 ‘제발 기어 좀 올려주세요’라는 글씨가 붉게 물들 뿐이다. 시프트패들의 감각은 마세라티 그란카브리오처럼 철컥거릴 정도는 아니지만 꽤 묵직하다.
 
시프트업에 비해 시프트다운이 좀 더디게 느껴진다. ‘M’ 모드에서의 변속타이밍이 0.1초에 불과하기 때문에 정확히 말하면 변속동작이 느리다기보다 부드럽다고 말하는 것이 옳다. 사치스런 시트와 마찬가지로 정통 스포츠카와는 조금 다른 접근이다. 시속 100km로 크루징시 7단으로 1,500rpm 정도를 가리키고 5단에선 2,000rpm 부근이다. 생각보다 5~7단의 기어비 차이가 크지 않다.

ABC(Active Body Control)가 적용된 서스펜션 세팅도 컴포트와 스포츠로 바꿀 수 있는데 어떤 모드에서건 승차감이 나쁘지 않다. 노면의 작은 진동을 그대로 운전자에게 전달하는 타입이 아니다. 심하게 틀어진 노면을 지날 때면 종종 비비적거리는 소음이 들리지만 동급의 오픈 모델에 비하면 양호한 편이다. 하드톱을 닫으면 이 차가 오픈카라는 것을 잊을 정도로 정숙하다.

세라믹 로터를 쓴 브레이크 시스템의 제동력은 의심할 여지없이 확실하다. 예전 세라믹 브레이크 시스템의 경우 냉간시에 약간 밀리는 경향이 있었는데 최근 제품들은 어떤 상황에서든 강력한 제동력을 낸다.
 
벤츠AMG63-3.jpg

천성적으로 남의 시선을 자연스럽게 받아내지 못하는 터라 날이 어둑어둑해지는 틈을 타 톱을 열어 젖혔다. 겨울에 무슨 오픈카냐고 말하는 이들은 스스로 벤츠 로드스터를 타보지 않았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헤드레스트 아래쪽에서 뜨거운 공기를 뿜는 에어 스카프와 시트 뒤로 들이치는 차가운 바람을 막는 전동식 바람막이 덕분에 겨울에도 코끝이 빨갛게 물들 걱정 없이 오픈 에어링을 즐길 수 있다. 머리 위를 살짝 스치고 지나가는 겨울바람이 오히려 신선하게 느껴진다.

오픈 에어링과 뗄 수 없는 것이 화끈한 음악. 주변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 볼륨을 높이니 베이스에 맞춰 발밑에서 진동이 느껴진다. 운전석과 조수석 발밑 공간에 서브우퍼를 두어 차체를 울림 통으로 쓰는 프론트 베이스(Front Base) 덕분이다. 애프터마켓의 대포알 서브우퍼만큼 강력하진 않지만 꽤 그럴 듯한 저음을 낸다.

신형 SL63 AMG는 11년이란 세월만큼이나 큰 변화를 가져왔다. 그 중에서도 SL(Sport Lightweight)이란 이름처럼 무게를 확 덜어낸 것이 핵심. 덕분에 움직임이 이전보다 경쾌하고 시승 중 평균연비가 5~6km/L를 오갔으니 연료소모량도 20% 정도 준 셈이다. 와이퍼의 좌우 작동 방향에 맞춰 와이퍼에 결합된 분사구에서 워셔액을 직접 뿌려 오픈시에도 워셔액이 실내로 들이칠 염려가 없는 매직 비전 컨트롤(Magic Vision Control)과 터치 한번으로 투명도를 조절할 수 있는 매직 스카이 컨트롤(Magic Sky Control) 등 소소하지만 꽤 쓸 만한 아이디어도 돋보인다.